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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머니투데이] 나이 어리다고 왜 봐줘? 촉법연령 하향 공약에 법조계 의견도 분분
2022-01-27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11015163515838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냈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연령을 하향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과 환경 변화에 따라 연령 하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안 후보는 전날 자신의 SNS에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춰 청소년이라도 강력범죄는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 연령을 14세 미만으로 정한 것은 1958년으로 63년이 지났다. 그 때의 14세와 지금의 14세는 다르다"며 "이제는 청소년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상태가 성인과 큰 차이가 없고 범죄 수법과 잔혹성이 성인 못지않은 경우가 많아 국가 사회적으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집단폭행부터 촉법소년 악용까지…연령 하향 필요성 꾸준히 대두
촉법소년이란 만 10살 이상 만 14살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는 이들을 말한다. 현행 가장 강력한 보호처분은 만 12세 이상 형사미성년자에 한해 최장 2년 소년원 송치가 전부다.
안 후보 말대로 촉법소년의 강력범죄가 늘면서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7년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2018년 관악산 집단폭행이나 인천 여중생 성폭행 사건 등 또래 학생을 무차별 폭행하거나 성폭행한 사건에서 가해자 일부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다.
자신들이 촉법소년인 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대구의 한 식당에서 발생한 중학생 난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식당 주인이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훈계했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행패를 부리면서 "사람을 죽여도 교도소 안 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미성년자들이 무인모텔에 입실해 술을 마시고 기물을 파손한 뒤 업주에게 '우리는 촉법소년으로 보호를 받으니 죽여보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정부도 같은 이유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해왔다. 2018년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 당시 촉법소년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동의가 20만명을 넘자 김상곤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법무부는 같은해 12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1차 소년비행 예방 기본계획(2019~2023)'을 발표했다. 교육부 역시 2020년 학교폭력 대응 및 재발방지 방안으로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0~2024)'을 발표했으나 실제 법 개정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법조계 "범죄 예방 효과 입증 안돼" vs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우선 사회문제가 되는 촉법소년의 강력범죄는 극소수임에도 형사미성년자를 처벌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형사미성년자의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무작정 연령을 낮추려는 시도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학교폭력 사건 전문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연령 하향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은 이유는 형사처벌한다고 범죄가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며 "아직 판단력이 흐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이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근본적 원인을 찾아 교육을 해야지 어른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 처벌부터 하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봤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18년 정부와 국회에 보낸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관련 의견서에서 "소년범죄는 단순히 엄벌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범 방지와 피해 청소년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SNS의 발달 등 청소년이 노출된 환경이 달라진 만큼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강성신 변호사(법률사무소 해내)는 "형법 제정 이후 시대가 바뀌면서 SNS 등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에 청소년들이 굉장히 많이 노출돼 있는데, 같은 행위를 해도 성인은 처벌되는 반면 촉법소년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는다면 예전보다 많은 피해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면서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가해자들에게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는 현실이 가혹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이 곧 소년범죄자 모두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일 뿐 죄질에 따라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 등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 무조건 전과기록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악용해 반복적, 계획적, 지속적 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범에 대해 죄질에 맞는 처분을 하자는 것"이라며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보호처분을 내리면 된다"고 말했다.
승 위원은 이어 "촉법소년의 강력범죄율이 1%의 극소수라고 쳐도 이들이 보호처분이라는 명목으로 소년원에 송치된다면 나머지 교화 가능성 있는 99%의 소년범을 잡아먹는 황소개구리가 되는 것"이라며 "1명의 강력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머지 99명의 개선·교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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