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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Decenter] 암호화폐 거래소 범죄 그리고 가해자 없는 피해자

2020-03-11

https://decenter.kr/NewsView/1Z04SP10MP



가해자 없는 피해자(암호화폐 거래의 시발점인 거래소 관련 피해에 대하여)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된 피해 중 가장 흔한 유형은 가두리 거래소에 갇혀 예치금 및 시세차익으로 인한 수익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인마켓캡에 등록된 거래소만 하더라도 총 307개에 달하고 그중 절반 이상은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유령 거래소가 됐다. 이들 중 대다수는 아마도 애초에 가두리 거래소로 시작했고, 불합리성을 깨달은 유저들이 순차적으로 이탈해 현재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처럼 유령 거래소인 곳일수록 투자에 대한 유인이 크다는 점이다. 이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각종 알트코인의 상장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한다. 일반적인 암호화폐의 경우 상장이 이루어지기 전의 청약가에 비해 상장 직후의 거래가가 큰 폭 상승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일확천금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은 이런 미끼에 쉽게 현혹되고 만다.

특히 한때 유행하듯 번졌던 ‘거래소 코인’을 살펴보자. 거래소 코인은 대개 거래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에 기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별도로 발행하고, 이를 유의미하게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미 개인이 지정한 계좌 및 거래소 전용 계좌를 통하여 금원을 입금하고, 이것으로 암호화폐 매매를 진행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거래를 위해 새로운 코인을 발행한다는 것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거래소 코인들은 추가적인 활용방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데, 일부 부실 거래소에서는 위 코인을 이용해 도박성이 짙은 새로운 시스템을 창출하는 등 오히려 투자가 아닌 투기로 유저들을 인도하기도 한다. 이런 부실 거래소일수록 유저들의 거래량을 거래소가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일쑤이고, 이는 곧 입출금 절차의 지연으로 이어지다가 최종적으로는 전면적인 거래 중단으로 귀결되기에 이른다. 결국, 해당 거래소의 거래소 코인 역시 회수 불가능한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가두리 거래소에 갇히더라도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했다면, 소위 ‘익절’이든 ‘손절’이든 최소한의 금원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 문제를 공론화하기를 꺼리는 부실 거래소에서는 당신이 요구하는 금원을 최대한 반환해 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소의 거래상황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이후에 이르러서 남들보다 한발 늦게 투자금을 회수하려 하는 경우에는 그 해결이 정말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단 거래소의 거래상황이 나빠졌다는 사실은 거래소가 취하는 수익이 줄어들었다는 것이고, 이는 거래량 자체가 감소하였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은 암호화폐의 가치가 어느 정도 하락세에 있을 때, 즉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는 시점에 있음을 반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더 큰 손해를 피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매도해 현금화하고자 노력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상황에서 거래소는 상당한 금원에 대한 반환의무를 부담하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결국, 어떠한 이유로 인해 거래소 자체가 보유한 유동성이 부족해진다면, 단순한 수요 공급 법칙에 의하여 내가 투자한 금원을 회수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들은 다양한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민사상 부당이득금반환청구를 통해 본인이 지급을 받았어야 할 예치금 자체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애초에 해당 암호화폐가 실존하였던 것인지, 이를 구매하기까지의 과정에 어떠한 불법행위가 존재했는지 여부를 살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해당 거래소에서의 거래가 형사상 저촉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관련자들을 고소하여 형사법적 책임을 물을 여지도 있다(대개 횡령, 배임 혹은 사기죄로의 고소절차가 이뤄진다). 거래소 측에서 처음부터 투자자들의 금원을 편취하기 위해 해당 거래소를 만들었고, 수인이 공모하여 해당 금원을 범죄수익으로 배분하기까지에 이르렀다는 사정이 명백하다면 관련자들 모두를 한꺼번에 고소하여 책임을 묻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적 절차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증거의 양과 질이 충분한지를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특히 공범여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범죄수익의 배분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입증되어야 할 것인데, 이들은 암호화폐의 거래에 익숙한 자들로써 통장이나 현금으로 금원을 배분하지 않고 그 명의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암호화폐 전자지갑을 통해 암호화폐(이더리움 등)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일반적인 바, 이를 역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만일 국내 거래소가 아닌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소 대표자가 거래소의 암호화폐 자산을 임의로 취득해 도주한 것으로 사료되는 경우에는 어떠할까? 우리나라 형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전조에 기재한 이외의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 가령 중국인의 행위가 중국에서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에서 고소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고, 중국 당국에 직접 고소를 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이전에 위와 같은 행위가 거래소 자체에 대한 횡령 혹은 배임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거래소 유저들에 대한 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다만,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법적절차의 진행가부를 떠나서 당사자에 대한 송달문제, 관할지정에 관한 문제, 출석과 재판진행에 대한 문제 등의 현실적인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위와 같은 법리적 문제를 떠나 현실적으로 가장 힘든 점은 거래소의 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형사상 고소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안타깝게도 거래소의 위법한 행위를 입증할 증거의 대부분은 거래소 내부 자료에 해당해 내부 고발자를 통하지 아니하고서는 굉장히 편협한 주장에 그치고 말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가해자 없는, 피해자가 양산되고 만다.


결론


우리는 연필을 하나 사면서도 이것저것 따지고 비교해보면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거래에 있어서는 맹목적이게 되는 면이 있다. 이제까지는 암호화폐 시장이 호황이었다. 과거 한때 불황이 찾아왔던 시기도 있었으나, 현재는 어느 정도의 가치 상승을 재차 이루며 회복세에 접어든 것 같기도 해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조치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법률적 구제방안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에 해당함을 명심해야 한다. 가능한 투자단계에서부터 신중을 기하는 것이 내 돈을 잃지 않기 위한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함을 기억하자. 일이 터지고 난 이후라 하더라도 손을 놓지 말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 내가 확보한 증거들을 모아봐야 한다. 스스로 결론을 내기 어렵다면 다른 피해자들의 대처상황을 살펴 법적인 구제수단을 강구해 볼 필요성이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법률적 제재방안이 충분히 마련되지 아니한 것이 국내외적인 현실이라 하더라도, 가해자 없는 피해자를 양산하는 행위는 더이상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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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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